퀴어마법소녀연대 성명

[성명] 그런 화합은 필요 없다

종이별 2021. 12. 24. 21:14

-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사면이라는 폭거에 부쳐 -

 

2016, 그 겨울 우리는 추운 손을 비비면서 거리에, 광장에 함께 서 있었다. 손이 찬 바람에 터가면서, 뼛속을 스며드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현수막을 들고, 피켓을 들고, 촛불을 들고, 더러는 깃발을 들고 거리로, 광장으로 나왔다. 우리들은 왜 그 추운 한 겨울날, 따뜻한 집이 아닌 거리에 서 있었을까.

 

2014416, 박근혜 정권 집권 당시 세월호 참사로 무수한 청소년과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살릴 수도 있었던 생명을 구조하지 않았다. 방치하고 방관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국가에 요구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세월호 유가족을 돈과 배상을 바라는 불순한 사람들, 빨갱이로 몰아가는 일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물론, 노동자, 농민 모든 민중들을 살인 물대포로 진압했다. 20151114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고 백남기 농민은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2016925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영면하셨다. 20161124, 박근혜 정권은 백남기 농민이 입원해있는 서울대병원 안팎으로 사복경찰 100명을 배치하여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탈취하려 하였다. 이에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의 시신탈취를 막기 위해 장례차량을 몸으로 둘러싼채 고인을 운구하여야 했다. 불의한 정권 아래 많은 청소년들과 노동자들이 삶과 생명과 미래를 잃었다.

 

민중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박근혜가 대선 당시에 내걸었던 공약이 지켜지기를, 도대체 왜 내 아이가 죽었어야 했는지 알고 싶었고, 그 죽음들의 책임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랐다. ‘고교 무상의무 교육’ ‘등록금 절반 부담’ ‘취업 스펙 타파’ ‘맞춤형 보육서비스’ ‘17만원하는 쌀값을 21만원으로 인상하는 모든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아 사람들은 거리로, 길가로 내몰렸다. 박근혜 정권을 내몰린 길 위의 삶들에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발포했다. 예술인들이 부당한 국가폭력을 비판하는 작품을 창작하면, 몇백만원의 벌금을 매겼고, 징역을 구형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국가를 비판하는 예술인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그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불이익을 입혔다. 예술가 홍승희씨는 2014년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퍼포먼스를 한 것과 박근혜 대통령을 그래피티로 그렸다는 이유로 징역 16개월을 구형받았으며, 스트릿 아티스트 팔로 또한 대통령을 그래피티로 그렸다는 이유로 경찰의 통신수사, 통화내역 조회 등의 인권침해를 당한 끝에 벌금 300만원을 구형받았다. 예술인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정권에 비판적인 민간인들 5만 여명을 국가기관이 불법사찰하였다.

 

이와 같은 부정의한 국가폭력들에 맞서 시민들, 민중들은 거리로, 광장으로 나왔다. 글썽이는 촛불들은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었다. 부정의한 정권에 저항하기 위한 광장에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퀴어가, 장애인이, 청소년이, 알바노동자들이 함께 있었다. 촛불 혁명은 국회의원이나 특정 정당이 이루어낸 일이 아니라, 스러져간 동지 옆에 선 민중들이 연대와 눈물로 이루어낸 것이다. 민중들이 눈물과 연대의 시간으로 이룬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문재인이 다시 무로 되돌렸다. 민중의 촛불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이 살인정권을 사면하고 석방한 것이다. 우리들은 늘 나중으로 밀려나는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아직도 나중으로 미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합니다.”

 

문재인 정권은 모든 존재의 삶과 생명을 나중으로 유예하며, 국민대통합과 화합을 말하고 있다. 박근혜는 탄핵이 기각되면 계엄령을 선포하여 광장에 있는 민중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민주화 열사들이 피와 죽음으로 세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짓밟고 유린하려한 박근혜를 누가 그 어떤 자격으로 사면한단 말인가. 문재인 정권은 민중들의 연대와 눈물을 외면하고 있으며, 그 연대와 눈물을 착취하고 있다. 아무런 진실도 밝혀지지 않았고, 그 어느것 하나 진상규명된 것이 없는데 그곳에 어떻게 국민대통합과 화합이 있을 수 있는가. 박근혜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 졸속합의 때 했던 말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는 현 정권은 각성하라. 통합과 화합, 용서를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 스러져간 죽은 이들에게 새시대는 오지 않는다. 그들에겐 미래가 없다. 그 어떤 과거도 청산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역사에 책임을 지지않는 무늬뿐인 얄팍한 화합은 필요없다.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그 겨울,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나. 우리들은 이런 결말을 위해 그 겨울

광장에서 깃발을 들었나. 국정농단, 살인정권 박근혜를 사면한 문재인을 규탄한다. 우리들은 진실을 비추는 혁명의 횃불을 함께 들자.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여전히 하늘의 고공농성장 위에, 대지의 농성장에서 차가운 밤을 지새우는 모든 투쟁하는 존재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222-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 헌법 제222-

 

 

 

 

20211224

퀴어마법소녀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