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마법소녀연대 성명

[성명] 노태우 국가장이라는 국가폭력을 규탄한다

종이별 2021. 10. 28. 18:13

노태우 국가장이라는 국가폭력을 규탄한다

- 노태우 국가장에 부쳐 -

 

 

노태우의 국가장을 치르는 국가폭력을 규탄한다.

 

20211026일 광주 민중 학살 가해자가 노태우가 사망했다. 그가 광주 전남도청 광장에서 광주 민중들의 돌을 맞아 죽은 것이 아닌,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노태우는 19791212일 군사 구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의 육사 11기 동기생이자,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신군부 하나회의 핵심 세력이었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신군부를 수립한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 운동을 하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총검은 1980518일 광주에게로 겨눠졌다,

 

모든 도시와 대학이 침묵할 때, 광주의 전남대와 조선대 등 광주대 학생들은 침묵하지 않고 신군부의 군사쿠데타를 규탄하는 횃불 행진을 벌였다. 이에 전두환은 5.17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조치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국회통보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계엄군을 동훤하여 국회를 무력으로 봉쇄한 채 취해진 불법조치였다.’ 517일 계엄군은 전남대와 조선대에 진입하여 전남대 학생 69명과 조선대 학생 43명을 진압봉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연행하였다. 이때 광주 거리를 지나가던 광주 시민 또한 계엄군의 진압봉에 맞아 사망했다. 이것은 폭동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국가가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다. 519일 살아남은 4000여 명의 광주 시민들은 계엄군에게 끌려가고 죽임을 당한 자신의 친구와 가족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러나 계엄군은 518일과 마찬가지로 곤봉과 총검으로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였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등은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찾아 계속해서 거리로 나섰다. 521일 계엄군은 거리에서 가족을 찾는 민중들, 계엄군 철수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는 민중들을 향해 총을 발포하고 헬기로 총을 난사하는 살상을 저질렀다. 이는 대한민국이, 전두환 군사정권이 광주를 상대로 벌인 전쟁이었다.

 

광주를 포위한 계엄군은 전남도청 안에 남아있는 광주 민중들, 시민군들을 모두 살해당하거나 체포되었다. 지금도 광주의 건물들에는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향해 발포한 총탄의 자국이 남아있다. 광주 시민들은 5.18민주화운동에 함께 했던 민중들이며, 국가가 저지른 대학살의 생존자들이다. 그리고 정부는 20211027일 국무회의를 거쳐 노태우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노태우가 ‘12.12군사반란과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기 때문에 국가장의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국가장법은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가나 사회에 공을 남긴 사람이 사망했을 때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국가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노태우의 국가장 기간은 5일장으로 26일부터 30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국기를 조기로 게양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20211027일 광주광역시장 및 광주광역시의회는 노태우의 국가장 기간에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광주가 이런 성명을 내도록 만든 국가를 규탄한다. 끝없이 피해를 말하고 증명해야 하도록 광주 민중항쟁 생존자, 유가족들을 내모는 국가는 누구를 위한 국가이며,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 민중들의 피와 죽음 속에서 피어났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광주에게 빚이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게 빚져있다. 오월의 광주를 우리는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고, 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27일 차별금지법에 대해 검토할 단계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퀴어마법소녀연대는 성소수자로서 선언한다. 광주 시민의 인권 없이는 성소수자의 인권도 없다. 광주에도 성소수자가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 광주 민중항쟁 민주화 영령, 생존자, 유가족들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 없이는 성소수자 인권도 없다. 광주 민주화운동 현장에는 성소수자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광주의 성소수자들도 계엄군의 총검의 학살당했을 것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국가적 차원의 반성없이 성소수자 인권을 그 입에 올리지 말라. 감히 광주에게 용서와 화해를 바라지 말라. 광주 민중들의 해방 없이는 퀴어해방도 없다. 우리 성소수자들은 광주 민주화 영령들, 광주의 민중들, 광주 시민들을 기억하며 연대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누구의 피와 죽음으로 세워졌는지 기억하고, 기록하고, 말할 것이다.

 

 

 

20211028

퀴어마법소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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